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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세무회계사무실 8년 다니고 퇴사한 후기 세무대리인 취업 장단점 연봉

by 히히핫 2024.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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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나는 8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제목에도 써놓은 것처럼 회계사무실을 다녔었고 23살에 입사해 31살에 퇴사했다. 이곳에서 8년 동안 20대를 보내면서 정들었고 익숙해졌고 편해졌지만 그만큼 업무 스트레스도 점점 커져만 갔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언젠가부터 퇴사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다녔던 것 같다. 그렇게 다닌 게 8년이라니 세월이 정말 빠르다.
 
나는 세무회계과를 졸업하고 일반회사와 세무사사무실 둘 중 하나를 고민하다가 세무사사무실을 취업하게 됐다. 사실 세무사사무실 업무강도가 워낙 쎄다보니 처음에는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뭐가 그렇게 힘들까.. 얼마나 빡세길래..? 라는 궁금증이 생겨 덜컥 입사를 하게 되었다.
 
아마 지금 이순간에도 세무대리인으로 취업하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8년간 근무하면서 느꼈던 점, 장단점, 연봉 등에 대해서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다.
 
 
1. 세무대리인은 어떤 업무를 할까?
 
세무사사무실에서 하는 업무를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 각종 세무신고 업무 -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법인세, 원천세, 연말정산, 일용직신고, 간이지급명세서 제출 등
  • 4대 보험 업무 - 직원 입퇴사신고, 보수총액신고 등
  • 기타 업무 - 거래처상담(전화, 방문), 세무 관련 민원서류 발급 등

좀 더 구체적으로 적으면 글이 너무 길어질것 같아서 간단하게 적어보았다.
 
 
2. 연봉
 
세무사사무실 연봉은 사무실마다 천차만별이여서 정확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내가 다녔던 사무실을 기준으로 연봉체계를 설명해 보겠다.

1년차부터 8년차까지 연차별로 설명하고 싶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서 제일 최근 연봉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 8년 차 급여 > 
매달 고정월급 - 기본급: 295만원, 차량유지비:10만원
명절상여: 885,000원(기본급의 30%)
여름휴가비: 590,000원(기본급의 20%)
법인세 야근수당: 1,475,000원(기본급의 50%)
 
< 기타 수당 >
신고대리수당(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건당 공급가액 기준으로 40%를 수당으로 받음.
 
ex) 신고대리 수수료가 11만원일 경우, 부가세 1만원은 제외하고 10만원의 40%인 4만원이 나의 신고수당이 되는것이다.
이렇게 하면 신고대리를 많이 하면 할수록 부가세, 종소세 신고기간에 가져가는 수당이 높아진다.
 
보통 세무사사무실에서는 기장업체와 신고대리업체 이렇게 두 분류로 나누어 사업장을 관리한다. 여기서 신고대리업체란 사업자가 세무사에게 매달 관리를 맡기지 않고 신고기간에만 세무사에게 세금신고 의뢰를 맡기는 것을 뜻하고 기장업체는 매달 우리에게 기장료를 주면서 회계장부, 세금신고 관리를 맡기는 사업자를 뜻한다.
 
나의 경우 기장업체는 30~40개와 신고대리 30~40개 거래처를 담당하였고 부가세, 종소세 신고기간에 70~80개의 업체를 담당하여 세금신고를 하였다. 이렇게 계산하여 신고대리 수당까지 합치면 내 연봉은 4200~4300만 원 정도가 된다. 사실 8년 차에 적은 연봉이라고 생각한다. 지방과 서울이랑 급여차이가 꽤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지방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8년 차였지만 기본급이 300만원도 되지 않았다. 역시 세무사사무실, 회계사무실은 정말 급여가 짜다.
 
 
3. 장단점
 
세무사사무실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장점과 단점을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장점

  • 진입장벽이 낮다. 고졸도 전산세무, 전산회계 자격증만 있으면 합격시켜 주는 사무실이 꽤 많다. 고학력, 고스펙을 요구하지 않는다.
  • 내 담당 거래처만 신경 쓰면 된다.
  • 길게 일할 수 있다. 50대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
  • 경력단절이 있어도 타업종에 비해서 재취업이 수월한 편이다.

단점

  • 사무실마다 다르겠지만 신고기간에는 야근은 필수다. 한두 시간 야근 갖고는 부족하다. 필요에 따라서 주말출근도 한다. 신고기간에는 워라밸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 경력에 비해 연봉이 짜다.
  • 신고기간에는 수십 통의 전화통화는 기본이고 거래처와의 상담, 통화로 인해 감정소모가 크다. 
  • 4대 보험 업무.. 세무신고보다 더 머리 아프고 신경 쓸게 많다. 정확히 따지면 노무사사무실 업무인데 사장님들은 세무사사무실에서 당연히 해주는 줄 안다.
  • 이것도 사무실마다 다르지만 업무를 제대로 알려주는 사수가 없어서 멘땅에 헤딩으로 일을 배우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로 인해 신입~3년 차까지 마음고생이 있을 수 있다.

 
4. 근무하면서 느낀 점, 후기
 
나는 내향인으로써 제일 힘들었던 게 거래처와의 통화 업무이다. 이것도 연차가 쌓여가면 익숙해지고 겁이 안 나지만 입사 초반부터 3년 차 때까지는 업무적으로 모르는 게 많아서 전화 오는 게 무서웠다.
 
세금이 너무 많이 나오거나 실수를 했을 경우에 쌍욕을 박는 사장님도 더러 있었다. 내 거래처는 아니었지만 화가 나서 사무실까지 쫓아와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장님도 있고 분명히 아닌데도 자기 생각이 맞다고 박박 우기는 진상들도 정말 많다. 
 
세금이 많이 나오면 신경 안 써준다고 다른 사무실로 옮기는 사장님도 있었고 나는 세무대리인이고 경리가 아닌데 경리처럼 나를 부리고 잡일을 시키는 사장님들도 정말 많았다. 말을 툭툭 내뱉고 거칠게 말하는 사장님들 이것저것 시키는 것도 많고 요구하는 것도 많으면서 기장료 밀리고 수수료 안주는 사장님... 설명하자면 길고 정말 별의별 유별난 사람들이 세상에 정말 많다는 것을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많이 느꼈다. 
 
사장님들과의 논쟁, 기싸움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큰데 신고서를 꾸미는 일도 어렵고 세법이 매번 바뀌기 때문에 그걸 숙지하고 있어야 되는 것도 머리가 아팠다. 특히 4대 보험 업무를 내가 왜 해야 되나 따지고 보면 회계사무실에서 전문적으로 하는 일도 아니고 세금 신고서 꾸미는 것도 시간이 부족한데 이것까지 신경 써야 되나 짜증이 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신고기간만 되면 따라오는 밤샘야근이 육체적으로도 힘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옛날보다는 야근이 줄었다고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어갈수록 야근하는게 체력적으로 받쳐주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이나 다닐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해야 할까? 그건 익숙함, 편해짐, 내일채움공제,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나를 8년이나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경력이 쌓여갈수록 늘어가는 거래처와 거래처 수에 비례하는 진상들 때문에 나는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난 내일채움공제가 끝나는 동시에 바로 퇴사했다.
 
세무사사무실, 회계사무실은 취업장벽이 많이 낮기 때문에 도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적당히 경력 쌓기에도 좋고 일 배우기에도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한 곳에만 오래 있는 것은 추천하지 않고 최소 3년, 최대 5년 정도가 적당한 근무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업종은 한 번씩 이직을 해주는게 리프레시가 되면서도 연봉을 올리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만약 세무사사무실에서 적당히 경력 쌓고 일반기업으로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나는 별로 그런 방식은 추천하지 않는다. 아예 처음부터 자체기장을 하는 회사를 알아보고 들어가는게 고생을 덜 하는 길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세무사사무실이 업무 강도가 센 편이다. 굳이 사서 고생을 하지 않고 바로 일반기업으로 취업하는 길이 꽃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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